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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평화론’ 은 현재의 가치다 -정태익 전 주러시아 대사 기고글

글쓴이 : 대한국인 날짜 : 2006-01-13 (금) 13:18 조회 : 2264
[한겨레] 새해를 맞아 ‘역사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2009년이면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의거를 일으킨 100주년이 되는 해다. 안 의사의 사상과 업적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을 던진 투사로서만 한정지을 수 없다. 안 의사는 한민족을 넘어 동양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큰 뜻을 품었던 분이다.

그러기에 그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기념사업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아 민족의 진로를 밝히는 과업이 될 것이다. 안중근기념사업회에서는 이미 광복 60돌이던 2005년 제1회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안중근의 날 선포와 유해 발굴사업, 드라마와 영화 제작, 전기 전집과 자료집 발간, 국제 학술대회, 기념관 건립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11일 의거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1909년 10월26일 안 의사의 의거는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등 국제 사회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안 의사의 의거는 일본의 침략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중국인들에게도 커다란 충격과 고무를 주었다. 안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동양평화를 호소하면서 당당한 모습으로 순국하자, 중국의 유명인사와 지식인들은 경모의 마음으로 추모하였다. 신해혁명의 지도자 쑨원은 “공은 삼한을 덮고, 이름은 만국에 떨치나니, 백세의 삶은 아니나 죽어서 천추에 드리우리”라고 평가했다. 중국에서는 중-일 간의 모순이 격화될 때면 언제나 안 의사의 영웅사적을 선전하는 것으로 국민의 반일감정을 고조시켜 왔으며, 이는 3·1 운동 직후 일어난 5·4 운동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안 의사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 톨스토이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그의 주치의 마코비츠키의 비망록에서 발굴됐다. 톨스토이는 “한국의 지배자 이토는 타락한 무도의 인간이라고 평하였으며, 핀란드·인도·폴란드·한국을 러시아·영국·프러시아·일본에 병합하기 위해 사납게 날뛰는 정치가들은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미치광이다”라고 했다. 대문호는 안 의사가 문화 보급의 이름 아래 한국을 빼앗고 식민지를 착취한 침략자를 저격함으로써 한국의 혼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세계에 고하였다고 평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지 몰라도 그 역사를 낳은 지정학은 바뀔 수 없다. 오늘의 한국이 대한제국일 수는 없으나, 오늘날 한반도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방안은 구한말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제의 식민지배는 조국의 분단을 낳았으며, 분단은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이어져 그 후유증으로 한반도 재통합은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안 의사가 오늘을 사는 세대에게 전하기를 원하는 무언의 교훈은 한민족이 하나 되어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 특정 패권국가가 좌지우지하는 동양평화가 아닌 한·중·일이 협조하여 공동선의 체계를 이루어 가는 새로운 ‘동양평화’를 창조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양평화론의 근본 취지는 강국이 약소국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주권국가가 상호 협조하여 공존 공영하는 동북아 평화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가 목숨 바쳐 염원한 동양평화는 100년 전 어느 독립운동가의 이념만이 아닌, 우리 후손들이 앞으로 실현해야 할 과제다.

정태익/안중근 의거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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